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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루트컴퍼니[보도자료] 스타트업 CEO 그만두고, 감자 유통에 뛰어든 까닭은?

2022-05-12

서울 말고 로컬

강원 강릉의 청년들이 지난 2월 창업한 ‘더루트컴퍼니’는 농가에 농사 컨설팅을 해주고 이들의 농산물을 전량 수매해 유통하는 회사다. 최고경영자(CEO)인 김지우 대표(30)는 로컬 창업자를 육성하는 강릉의 엑셀러레이터 기업 ‘더웨이브컴퍼니’의 공동창업자 겸 CEO였다. 3년 반 동안 운영했던 회사의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뒤, 눈을 돌린 분야가 농업이었다. “저는 창업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강릉에서 로컬 비즈니스를 하다보니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특히 농업 분야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를 풀 수 있는 ‘임팩트 비즈니스(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업)’를 해야겠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다 동네 후배인 권태연씨(28)를 만났다. 권씨의 아버지는 감자 농부이자, 씨감자 육종의 권위자로 2017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최고농업기술명인’으로 선정된 권혁기 왕산종묘 대표다. 권태연씨는 아버지가 하는 씨감자 육종 보다는, 농산물 재배와 유통에 더 관심이 있었다. 두 청년은 농산물 유통사업을 벌이기로 했고, 김지우 대표의 고등학교 동창인 엄상석씨(30)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했다. 자연스럽게 회사의 대표 작물이 ‘감자’로 정해졌다. 강릉 출신 90년대생이 만든 농업회사에 권혁기 명인이 기술 고문으로 들어왔다.

더루트컴퍼니 멤버. 김지우 CEO, 김혜린 디자이너, 권태연 CPO, 엄상석 COO (왼쪽부터) | 더루트컴퍼니 제공


감자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일반 감자가 아닌, 씨감자를 심는다. 직전해에 수확한 감자 중 일부를 남겼다가 심으면 감자가 나이(서령)를 먹으면서 수확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일반 감자는 진딧물에 의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들이 많은데 이런 감자로 농사를 지으면 다음대의 감자에서는 바이러스병이 발생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 이 때문에 감자 농가들은, 감자의 생장점을 이용해 조직배양을 해서 키운 씨감자를 매년 구입해 심는다. 하지만 씨감자 자체가 부족하다보니 시중에서는 일반 감자가 씨감자로 둔갑해 팔리기도 하고, 바이러스에 오염된 감자들이 씨감자로 팔려 농가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잦다.

더루트컴퍼니는 권혁기 명인이 키운 씨감자를 농가에 보급한다. 현재 강릉, 평창, 김제, 안동 등지의 20여 개 감자 농가가 회원이 됐다. 권태연 대표(최고제품책임자·CPO)와 기술 고문인 권혁기 명인이 현장 농가들을 돌며 재배 컨설팅을 한다. 김지우 대표는 “감자 농가의 경우, 아주 가끔씩 밭에 가는 분도 있고, 재배 관리를 안하는 농가들도 많다. 감자 재배 컨설팅 서비스가 있다는 자체를 환영하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봄감자는 2월 중하순~4월 상순에 심어, 5월 하순~7월 중순까지 수확한다. 김 대표는 회원 농가의 봄감자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늘었다고 말했다. “더 많이 늘어날 수도 있었는데 농가마다 사정들이 있었어요. 닷새만 더 있다가 수확하면 더 많은 감자가 나오는데도 어떤 지역에선 다른 직물을 심어야 하는 상황이 와서 빨리 수확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또 요새 농촌 현장에 인력이 없거든요. 농가들이 인력이 생겼을 때 수확을 하다보니 시기가 조금 안 맞은 경우도 있고요.”


밭에서 수확한 감자가 톤백에 실리고 있다. | 더루트컴퍼니 제공

밭에서 수확한 감자가 톤백에 실리고 있다. | 더루트컴퍼니 제공


더루트컴퍼니의 전문분야는 ‘유통’이다. 전량 수매해서 네이버스토어를 통해 ‘어니스트 팜’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한다.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더루트컴퍼니의 임직원이 총 4명인데 이중 3명은 공동대표, 나머지 1명은 디자이너다. “저는 초기 사업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봐요. 시각적인 분야에서만의 디자인만을 얘기하는 건 아니고요. 저희가 만드는 유통 브랜드의 전체적인 가치, 어떤 품종을 어떤 식으로 관리해서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지 등의 내용이 소비자에게 전달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설계를 하려면 디자이너가 꼭 필요하죠.”

일부 감자는 대기업 계열 슈퍼마켓에 납품도 하고,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가락시장)에 보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강릉 지역 스타트업과 함께 강릉 시내에 감자를 주제로 한 ‘감자 유원지’라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감자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과 ‘못난이’ 감자를 활용한 농식품 판매점 등이 들어설 계획이라고 했다. “흔히 상품성이 없다고 하는 크고 작은 ‘못난이’ 감자들까지 저희는 모두 수매를 하거든요.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나와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할 수 있을까 하다가 가공식품을 만들거나 식당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했어요.”

20여 개 회원 농가와 함께 시작한 더루트컴퍼니의 봄감자 농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사업 초기 단계지만, 농가 소득 문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임팩트 비즈니스’의 성과가 궁금했다. “예전엔 농가들이 가락시장 등에 감자를 파셨거든요. 가격이 그날 상황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했다고 해요. 가락시장에 출하할 때는 ‘운에 맡기신다’고 하셨어요. 반면 저희는 안정적인 가격으로 전량을 수매하거든요. 회원 농가들의 순수익을 살펴봤는데 평년 이맘때와 비교할 때 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어요.” 김 대표는 “파트너십을 맺은 회원 농가들의 매출이 얼마나 향상됐는지는 우리가 중요하게 보는 지표 중에 하나”라고 덧붙였다.


더루트컴퍼니가 유통하는 감자. | 더루트컴퍼니 제공

더루트컴퍼니가 유통하는 감자. | 더루트컴퍼니 제공


그는 생산자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임팩트 비즈니스를 시도한다고도 했다.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개발 목표 중 두번째 목표인 ‘기아 종식과 지속 가능한 농업’을 자신들이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정했다. 지난 2일에는 빈곤층에게 식품을 전달하는 서울의 푸드뱅크에 감자 4톤을 보내기도 했다. 더루트컴퍼니는 감자를 시작으로, 다양한 농산물의 유통에 도전하려고 한다. 오는 9월에는 사과 농가와 함께 사과 브랜드를 선보인다고 했다. 김 대표는 “좋은 작물을 정직하게 생산하는 농가들을 발굴해서 함께 유통했으면 좋겠다”며 “강원도를 대표하는 농식품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출처: 경향신문 로컬라이프 [밭]
글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