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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루트컴퍼니[보도자료] [인구 Village] '강릉에 왔으면 감자를 먹어야지!'···김지우 대표가 그리는 강릉 이야기

2024-11-10


우리나라보다 먼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를 맞은 일본은 '관계인구'를 지역활성화와 인구 대책의 중요한 개념으로 제시했다. 관계인구는 특정 지역에 이주·정착하지는 않았으나 해당 지역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관계하는 외지인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 또한 현실화된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자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다. 기존의 정주인구(주민등록인구 및 외국인등록인구)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 통근·통학·관광 등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 또한 지역에 활력을 더할 중요한 인구로 상정하는 것이다. 인구 자연증가율은 점차 줄고 수도권 집중 현상은 심화되는 상황에서, 비정주인구인 생활인구는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역들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라이프인은 지역활성화의 새로운 해법으로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우러지는 도시의 유연한 변화와 지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비정주인구를 늘리고 있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기획명은 다른 지역의 정주인구를 우리 지역의 관계인구로 만든다는 의미를 담아 '빌리다'와 마을을 뜻하는 영단어 '빌리지(Village)'를 중의적으로 사용했다. [편집자 주]


▲ 감자유원지 전경. ⓒ아는 동네▲ 감자유원지 전경. ⓒ아는 동네


강원에서 나는 식재료로 새로운 식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 있다. 평창 메밀과 강릉 감자를 담은 '메밀김밥 필 무렵', 카레에 감자크림을 더한 '감자눈 카레우동', 항정살에 부드러운 강릉 감자를 활용한 '항정살 감자 솥밥', 강원도 장칼국수를 재해석한 '포파누들', 그리고 강릉 솔잎향을 느낄 수 있는 '솔향 아이스티'까지. 그뿐만 아니다. 유원지라는 이름에 알맞게 감자를 주제로 한 큐레이션과 기념품이 가득한 델리&로컬 스토어를 만나볼 수 있는 이곳은 바로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감자유원지'다.

고향으로 돌아온 더루트컴퍼니 김지우 대표는 감자 불량 종자 문제에 직면한 지역 농가를 위해 감자 재배 컨설팅을 시작했다. 그는 농사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공동 창업자인 권태연 이사의 아버지이자 최고농업기술명인인 권혁기 왕산종묘 대표와 함께하며 종자 개발, 관리, 유통까지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하지만 유통 과정에서 원물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한계에 부딪혔고, 감자를 가공과 경험으로 풀어내겠다고 결심한 그는 지금의 '감자유원지'를 탄생시켰다.

"회사를 설립할 당시 지역을 대표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지역 농가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를 하고자 했다"라고 밝힌 김 대표. 지역의 문제와 지속 가능을 고민하던 그는 어느덧 강릉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스토어' 감자유원지를 3년째 운영 중이다. 고령 인구가 25.67%(2024년 8월 말 기준)인 인구감소 관심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관계인구 유입이 늘고 있는 강릉에 그의 기여도 적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농촌 한편에는 감자유원지의 '파머스빌리지' 버전도 기획하고 있다는데. 김 대표는 강릉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고 있을까. 그의 생각과 이야기를 공유한다.
 


▲ 감자유원지에서 판매 중인 '포파칩'과 '감자술'.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를 새활용한 포파칩은 지난 2022년 대한민국 관광 공모전 기념품 부문 국리총무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는 동네▲ 감자유원지에서 판매 중인 '포파칩'과 '감자술'.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를 새활용한 포파칩은 지난 2022년 대한민국 관광 공모전 기념품 부문 국리총무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는 동네


Q. 고향인 강릉으로 돌아와 창업했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개인적 동기가 시작이었다.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하다 보니 '어디에 사는가'와 같은 물리적 공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의 삶도 만족스러웠지만 (물리적 공간으로서) 자연환경과 접근성도 좋고 여유로운 강릉이 내게 더 잘 맞다고 생각했다.

또, 강릉은 인구감소 관심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생활인구 유입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미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니 비즈니스를 하기에도 괜찮은 지역이라고 봤다. (강릉연구원 정영호 연구위원이 발간한 '생활인구로 강릉인구 다시보기'에 따르면, 강릉시는 2022년 기준 인구 21만 1천 명, 생활인구 32만 8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Q. 강원도 하면 '감자'가 떠오를 만큼 유명하다. 그럼에도 감자를 활용한 창업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던 점이 흥미로운데, 창업 아이템으로 감자를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비즈니스를 할 때 스스로 관리 가능하며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찰나, 감자에 대한 전문성과 농업 경험, 네트워크를 가진 분을 만나게 됐다. 지역 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에 관심 있기도 했고, 그런 부분에 있어 공동 창업자와 접점이 맞아 자연스럽게 감자라는 콘텐츠로 전개해 나간 것 같다. 또, 무엇보다 창업 과정에서 지역 문제와 비즈니스를 분리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지역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국내 토양에 적합한 '단오' 감자를 수확하는 모습이다. ⓒ더루트컴퍼니▲ 국내 토양에 적합한 '단오' 감자를 수확하는 모습이다. ⓒ더루트컴퍼니


Q. 감자 육종과 유통에 이어 식품개발로 사업을 확장했다. 버려지는 감자를 활용한 '포파칩(POPA CHIP)'의 탄생이 감자유원지의 도화선이 된 것 같은데.

농업인 분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지만, 관례로 행해지던 유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다 보니 다른 길을 찾게 됐다. 사실 생산·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감자가 꽤 많은데, 이 또한 모두 비용이 드는 일인지라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감자를 관리·재배하고 있고, 또 재배 계약 중인 농가에서 (버려지는) 감자를 싸게 살 수 있다면 농가에도 좋고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그런 점들을 자연스럽게 활용해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를 업사이클링(새활용, upcycling)한 '포파칩'을 만들게 됐다.

그리고 감자유원지 공간 또한 강릉이라 가능했던 것 같다. 방문객이 큰 시장에서 지역 콘텐츠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라도 기본적으로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자를 많이 소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성을 잘 풀어낼 수 있을 때 경쟁력이 생긴다고 판단했다.

Q. 감자유원지를 ‘감자를 활용한 색다른 식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감자를 활용한 많은 창업 아이템 중에 식경험, 즉 요식업을 택한 이유가 있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누구나 끼니를 먹고 살기에 가장 접근하기 쉬운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그만큼 정직한 시장이기도 한 것 같다. 무엇보다 감자는 기본적인 식량 작물이자 농식품이다 보니 먹는 경험으로 연계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의류 사업을 한다면 계속 서울에 가야 하는 것처럼, 지역에서 사업을 할 때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그렇게 많지 않기도 했다. 더구나 감자유원지를 구상할 사업 초기에는 활용할 수 있는 부동산이 도심의 작은 공간뿐이었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업종을 생각했을 때, 어쩌면 요식업은 당연한 선택이기도 했다.
 


▲ 평창 메밀과 강릉 감자를 담은 감자유원지의 '메밀김밥 필 무렵'. ⓒ아는 동네▲ 평창 메밀과 강릉 감자를 담은 감자유원지의 '메밀김밥 필 무렵'. ⓒ아는 동네


Q. 감자유원지의 내부 공간이 1층부터 2층까지 다채롭다. 공간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가?

(요식업으로서는) 감자를 포함한 지역 농식품을 활용해 새로운 관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요식업이라는 비즈니스의 본질은 '맛'이지 않은가. 음식에 있어서는 당연히 높은 수준으로 관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공간의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결국 감자를 테마로 한 공간이기 때문에 감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감자유원지를 방문한 손님들이 감자에 대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알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공간 곳곳에 감자와 관련된 품종 정보나 역사 등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새롭게 정돈한 정보들도 다가오는 10월에 만나볼 수 있다.
 


▲ 감자유원지 내부. ⓒ아는 동네▲ 감자유원지 내부. ⓒ아는 동네


Q. 로컬 비즈니스의 중점은 '다른 지역을 따라 하지 않는다'에 있다. 감자유원지만의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을까?

지역과 함께 한다는 브랜드 스토리 자체가 다르지 않을까. 감자유원지는 지역에서 개발한 감자 종자를 지역에서 재배하고, 제품과 식경험까지 100% 직접 관리하며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또 한편으로 이 모든 과정을 지역 농가와 함께하며 상생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감자유원지만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Q. 도시와 지역을 오가는 관계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지역에 대한 관심도나 이해도가 낮은 것 같다. 창업가로서 이런 현실을 더 깊이 느꼈을 것 같은데.

사실 지방소멸이나 관계인구 유입을 늘리는 데 있어 개인이 임팩트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감자유원지처럼 지역의 앵커스토어(특정 상권을 대표하거나 대형 상가의 핵심이 되는 유명 점포) 역할을 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긴 하다. 그래서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지역 소멸 문제를 '상권 살리기'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도시 상권을 비롯한 생활 서비스나 교육, 육아 시설 등의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얻으려면 지자체의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인식의 변화나 이해도가 높아져야 할 텐데 고민이 부족해 보여 안타깝다. 더구나 지역 살리기 프로젝트는 공공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데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공공과의 시도가 막히고 협력 사례가 부족하다 보니) 전국 각지에서도 변화가 더딜 수밖에 없지 않을까. 또, 서울과 강릉의 차이만큼 강릉과 타지역의 차이도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지역마다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인기 사업만을 좇는 점도 아쉽다.

Q. 사실 비즈니스 경쟁 속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는 후순위로 밀리기 쉽지 않은가.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농촌, 지역을 위해 달려올 수 있었던 대표만의 철학이 있다면?

대단한 철학이라기보단, 사업 초기에 비전이나 미션을 설정할 때 오랫동안 변치 않고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미션들로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지역 내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볼 수 있었다는 점. 실제로 농가 매출액이나 (못난이 감자를 새활용해 얻은) 환경 기여 지표들이 증가하면서 크진 않지만 지역 시장에 기여하고 있어 보람됐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지역적 특성이 잘 맞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최근에 같은 고민을 하는 강릉 지역민들과 함께 '강릉을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서로 다른 나이와 배경, 전문성을 가졌지만 함께 고민을 나누며 협업하기도, 제안하기도 한다. 이런 점들도 재미있고 긍정적인 변화이지 않은가.

Q. 최근 '리퀴드폴리탄'은 지역활성화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퀴드폴리탄의 핵심은 시그니처 스토어, 도시 계획자, 지역 기업가인데, 김 대표는 리퀴드폴리탄의 대표 사례라고 해도 무방하다. 시그니처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지역 기업가로서 도달하고 싶은 최종 목표가 있을까?

결국에는 '감자에 집중하자'인 것 같다. 기존 지역이나 농촌은 작물의 생산지밖에 안 됐지만 최근 들어 감자를 활용한 성공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역만의 개성이 있는 곳이 지역의 미래라 한다면, 그중 하나가 '감자'라는 농업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감자라는 작물에 한해서는 감자유원지가 1차 생산지-2차 가공-3차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또, 강원도와 강릉이 감자 산업으로 더욱 알려진 도시가 되길 바란다. 감자유원지도 그 과정에서 감자 제조나 다양한 공간 경험, 브랜드 경험에 일조할 수 있길 바라며.

앞으로 이런 시도들은 감자뿐만 아니라 더 많아질 것 같다. 예를 들면 커피가 있을 테다. 커피를 소비만 하던 도시에서 커피 마켓이 열리기 시작했고, 또 커피를 제조하고 머신 제조 회사까지 생기며 산업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엔 그런 것들이 지역의 독창성과 매력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감자유원지 또한 농업, 감자라는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볼거리를 만들고 싶다.
 


▲ 더루트컴퍼니 김지우 대표. ⓒ더루트컴퍼니▲ 더루트컴퍼니 김지우 대표. ⓒ더루트컴퍼니


Q. 김지우 대표가 생각하는 '로컬스러움'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억지스럽지 않은 것,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로컬을 물리적인 관념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곳, 좋아하는 사람, 커뮤니티와 같이 나와 결이 맞거나 자연스러운, 혹은 억지스럽지 않은 것이 모두 개인만의 로컬이지 않을까. 이것 자체가 억지인가? (웃음)


원문: https://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7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