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에게는 생산비 보장을,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을’. 전국양파생산자협회와 전국마늘생산자협회가 출범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모든 농민의 바람은 자신이 지은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서 빚 지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다.
농산물의 제값은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이다. 그렇다면 농산물의 생산비는 누가 결정할 수 있나? 농민이 스스로 농산물의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고 경매에 내맡기다 보니 정책의 기준이 되는 시장가격은 묻지마 식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묻지마 유통을 바꾸는 첫걸음으로, 마늘·양파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를 통해 양파와 마늘의 생산비 조사를 직접 해보기로 했다.
2021년산 마늘·양파 생산비를 정확히 조사하려면 파종기부터 농사비용을 기록해야 하는데 수확기가 가까운 시기에 생산비를 조사하려니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또 다른 어려움은 매년 마늘·양파의 생산비를 조사·발표하는 통계청조차도 마늘·양파의 생산비 조사표가 별도로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통계청이 벼농사 조사표를 가지고 마늘·양파 생산비를 매년 전국 1,000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마늘·양파 농사는 벼농사와는 다르다. 농사시기도 농사방식도 다르기에 작물 농사법에 맞는 조사표가 있어야 한다. 또한 품종별·지역별로 농사비용도 차이가 난다. 따라서 각 작물에 맞는 생산비 조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며 생산비 조사가 포함된 영농일지를 배포하는 일도 필요할 것 같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농민이 스스로 자기가 지은 농산물의 생산비를 계산한다는 가슴 뛰는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조사표를 직접 작성해보니 용어도 어렵고 쓸데없는 항목도 많아서 전체 조사표의 10%도 채울 수가 없었다. 결국 주산지별로 관심 있는 농가들을 모아 생산비 조사 교육을 진행하면서 조사표를 함께 작성하기로 했다.
3월 8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남·경남·경북·전북·충남·충북 6개 도 17개 시·군에서 생산비 조사를 진행했다. 시기의 문제, 파종 때부터 영농일지를 꼼꼼히 적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조사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엄청났었다.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이 기준 면적을 주면 좋겠다는 것, 영농순서별로 연속성을 가지고 비용 산출을 하면 좋겠다는 것, 감가상각비 산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자가 노동을 시간으로 환산하는 것의 어려움 등이었다.
조사표를 작성하다가 열 받아서 나가는 농민도 있고 조사표를 집에 가져가서 영농일지를 보고 꼼꼼히 작성하여 우편으로 보내주겠다는 농민도 있고 주변 농민들과 함께 다시 작성해보겠다는 농민들도 있고 농사짓기도 시간이 빠듯한데 매일 기록하는 것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농민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비 조사표를 작성하고 교육을 진행하면서 다 같이 느끼는 것이 있었다. 내 농산물의 가격을 이렇게라도 한 번 정해본다는 가슴 뛰는 두근거림, 지금까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나와 가족노동의 가치, 생산비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많은 항목 등을 보면서 생산비 산정의 중요성을 배우게 되었다.
전국을 누비는 수고로움 만큼 생산비 조사 성과가 산술적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2022년산 생산비 조사사업은 한 걸음 더 진일보할 것이다.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와 함께 마늘·양파에 맞는 영농일지도 만들고 농가경영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급하고 일상적으로 자신의 생산비를 기록할 것이며 생산자들이 모여 자신이 작성한 생산비 조사표를 가지고 토론도 하고 대안도 찾아갈 것이다.
농민들은 자신의 노동 가치를 인정받는, 생산비가 보장되는 농산물 가격을 만들어가는 길의 입구에 섰다. 이제 거품 없는 합리적 소비자가격 보장을 위한 농산물 유통혁신을 위해 소비자인 국민과 함께 농업의 공공성을 열어가야 한다.
작성자 : 강선희 (경남 합천)
출처 : 한국농정신문 '농민에게는 생산비 보장을,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을'
‘농민에게는 생산비 보장을,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을’. 전국양파생산자협회와 전국마늘생산자협회가 출범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모든 농민의 바람은 자신이 지은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서 빚 지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다.
농산물의 제값은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이다. 그렇다면 농산물의 생산비는 누가 결정할 수 있나? 농민이 스스로 농산물의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고 경매에 내맡기다 보니 정책의 기준이 되는 시장가격은 묻지마 식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묻지마 유통을 바꾸는 첫걸음으로, 마늘·양파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를 통해 양파와 마늘의 생산비 조사를 직접 해보기로 했다.
2021년산 마늘·양파 생산비를 정확히 조사하려면 파종기부터 농사비용을 기록해야 하는데 수확기가 가까운 시기에 생산비를 조사하려니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또 다른 어려움은 매년 마늘·양파의 생산비를 조사·발표하는 통계청조차도 마늘·양파의 생산비 조사표가 별도로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통계청이 벼농사 조사표를 가지고 마늘·양파 생산비를 매년 전국 1,000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마늘·양파 농사는 벼농사와는 다르다. 농사시기도 농사방식도 다르기에 작물 농사법에 맞는 조사표가 있어야 한다. 또한 품종별·지역별로 농사비용도 차이가 난다. 따라서 각 작물에 맞는 생산비 조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며 생산비 조사가 포함된 영농일지를 배포하는 일도 필요할 것 같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농민이 스스로 자기가 지은 농산물의 생산비를 계산한다는 가슴 뛰는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조사표를 직접 작성해보니 용어도 어렵고 쓸데없는 항목도 많아서 전체 조사표의 10%도 채울 수가 없었다. 결국 주산지별로 관심 있는 농가들을 모아 생산비 조사 교육을 진행하면서 조사표를 함께 작성하기로 했다.
3월 8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남·경남·경북·전북·충남·충북 6개 도 17개 시·군에서 생산비 조사를 진행했다. 시기의 문제, 파종 때부터 영농일지를 꼼꼼히 적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조사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엄청났었다.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이 기준 면적을 주면 좋겠다는 것, 영농순서별로 연속성을 가지고 비용 산출을 하면 좋겠다는 것, 감가상각비 산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자가 노동을 시간으로 환산하는 것의 어려움 등이었다.
조사표를 작성하다가 열 받아서 나가는 농민도 있고 조사표를 집에 가져가서 영농일지를 보고 꼼꼼히 작성하여 우편으로 보내주겠다는 농민도 있고 주변 농민들과 함께 다시 작성해보겠다는 농민들도 있고 농사짓기도 시간이 빠듯한데 매일 기록하는 것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농민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비 조사표를 작성하고 교육을 진행하면서 다 같이 느끼는 것이 있었다. 내 농산물의 가격을 이렇게라도 한 번 정해본다는 가슴 뛰는 두근거림, 지금까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나와 가족노동의 가치, 생산비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많은 항목 등을 보면서 생산비 산정의 중요성을 배우게 되었다.
전국을 누비는 수고로움 만큼 생산비 조사 성과가 산술적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2022년산 생산비 조사사업은 한 걸음 더 진일보할 것이다.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와 함께 마늘·양파에 맞는 영농일지도 만들고 농가경영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급하고 일상적으로 자신의 생산비를 기록할 것이며 생산자들이 모여 자신이 작성한 생산비 조사표를 가지고 토론도 하고 대안도 찾아갈 것이다.
농민들은 자신의 노동 가치를 인정받는, 생산비가 보장되는 농산물 가격을 만들어가는 길의 입구에 섰다. 이제 거품 없는 합리적 소비자가격 보장을 위한 농산물 유통혁신을 위해 소비자인 국민과 함께 농업의 공공성을 열어가야 한다.
작성자 : 강선희 (경남 합천)
출처 : 한국농정신문 '농민에게는 생산비 보장을,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을'